요한복음 13장 묵상: 자발적으로 지신 십자가
- 황선웅 (Isaac)

- Oct 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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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흐름을 바꿨던 사건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다. 배신도 그 중의 하나였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배신이 있다면, 브루투스가 카이사르를 배신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브루투스는 로마 내전 중 카이사르를 대적하여 폼페이우스 편에 섰던 인물이었다. 내전은 카이사르의 승리로 끝나고, 권력을 잡은 카이사르는 반대파를 단호하게 숙청하지만, 브루투스에게는 자비를 베푼다. 그는 재산도 뺏기지 않고 유배도 피하면서 오히려 중요 직위에 오른다. 그를 향한 카이사르의 특별한 관심때문이었다. 그런 브루투스에게, 특별한 은혜를 베풀고 총애했던 그에게 배신을 당하던 순간에 카이사르가 남겼던 말이 바로, “브루투스 너마저!”였다.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고 유신 정권을 끝낸 것도 그가 믿었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였다. 박통이 가장 믿었던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보필해왔던 김재규였다. 역사상 이같은 배신자들은 항상 그들이 쓰러트린 이들의 지근거리에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가장 신뢰를 받았던, 그래서 최고 수준의 경호를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고급인가자들이었다.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라 (요한복음 13:2).”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배신의 전주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이너 서클(Inner Circle) 멤버였다. 선택받은 12명 중 하나로 주님의 신뢰를 받아 돈 전대를 관리하던 인물이었다. 가히 브루투스나 김재규에 비견될만한 인물이었다. 가룟유다와 같이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신뢰받는 인물의 배신은 역사의 흐름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일이었다.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마는 것인가?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 분도 유다와 같은 이들의 배신에는 속수무책인가?
그러나 27절은 보도한다.
“조각을 받은 후 곧 사탄이 그 속에 들어간지라. 이에 예수께서 유다에게 이르시되 네가 하는 일을 속히 하라 하시니.”
예수님은 유다가 배신할 것을 알고 계시다! 예수님은 미리 알고 계실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계시다. ‘유다야 나는 네가 품은 생각을 알고 있다. 그러나 개의치 말아라.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속히 진행하거라.’
그래서 13장 1절은 분명히 말씀한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세상 어떤 이들의 몰이해와는 달리 예수님의 사역은 불의의 습격으로 ‘재수없게’ 끝난 용두사미가 아니었다. 주님께서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셨고, 유다의 배신마저도 그 분의 일을 이루시는 재료로 사용하셨다. 유다의 배신은 주님의 태도도 바꾸지 못했다. 유다 또한 주님께서 끝까지 사랑하신 자기 사람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견디기 힘든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그것마저도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퍼즐 한 조각임을 아셨다. 주님은 배신감도 이기는 사명감으로 자기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예수님은 재수없게 당한 배신으로 십자가에 죽으신 것이 아니다. 주님은 유다의 배신을 알고 계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자가를 향해 자발적으로 걸어가셨다. 주님의 십자가는 오히려 그분께서 죽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보여주신 "자기 사람들을 향한 사랑"에 잇닿아 있다. 십자가는 하나님을 배신한 인류 모두를 자기 사람들로 받아주시고 그들을 향한 측량할 수 없는 사랑을 베푸신 예수님의 방법이었다.
태그: 요한복음 13장, 가룟 유다, 십자가,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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