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이디어 VS. 돈?

뉴욕의 한 유명한 호텔 CEO는 1년 동안 두 차례 서울로 여행을 했는데 두 번 다 같은 호텔에 묵었다. 그런데 두 번째 호텔을 찾았을 때 프런트의 접수원이 그를 알아보고는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또 와주셔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CEO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자기 호텔 직원들도 다시 찾아오는 손님을 똑같은 방식으로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뉴욕으로 돌아가 전문가들과 상담을 했는데, 그들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카메라를 달라고 조언했다. 이 카메라는 손님들의 얼굴 사진을 찍어뒀다가, 손님이 체크인을 할 때 손님의 얼굴과 사진 속의 얼굴을 비교한 뒤 손님이 과거에 그 호텔에 투숙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여 접수 직원에게 알려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 들어가는 비용이 무려 250만 달러 (약 25억원) 나 되었다. 그는 고 비용으로 인해 그 아이디어를 포기했다. 대신 다음 서울 여행 중에 그 호텔의 영업 비밀을 알아내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다시 서울을 찾았을 때, 그 호텔의 프런트 직원은 다시 또 그를 알아보고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꼭 알아내고 싶었던 비밀이었기에 양해를 구하고는, 손님 인식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진지하게 물었다. 직원의 대답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단순했다. 호텔이 택시 기사와 동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호텔로 오는 도중에 택시 기사는 승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나가는 말로 예전에 그 호텔에 묵은 적이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만일 손님이 예전에도 이 호텔에 묵은 적이 있으면 택시 기사가 손님의 짐을 데스크 오른쪽에 놓고, 호텔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면 짐을 데스크 왼쪽에 놓는다는 것. 그리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호텔이 택시 기사에게 손님 한 명당 1달러를 지불한다는 것이었다. 카메라가 장착된 값비싼 컴퓨터 장비를 마련하는 대신 지혜를 활용한 것이다.

전에 읽은 글에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비누 공장을 운영하던 사장이 골머리를 앓는 문제가 있었는데, 기계의 오작동으로, 비누가 들어있지 않은 빈 상자가 나오는 것이었다. 컨설팅을 담당했던 회사는 빈 종이 박스를 걸러내는 기계를 위해 회사의 몇 달 매출에 달하는 돈을 들여 기계를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몇 날을 고민하며 잠 못 이루는 중에, 회사에 새로 들어온 직원이 그 일을 해결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매우 간단했다.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와서 컨베이어 벨트를 향해 틀어놓은 것. 비누가 들어있지 않은 빈 박스들은 선풍기 바람에 날려서 간단하게 분류되었다.

혁신은 연구개발비를 얼마나 들이느냐 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애플이 처음 매킨토시를 만들었을 때 IBM은 애플보다 100배나 많은 돈을 연구개발비에 쏟고 있었다. 문제는 돈이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무엇을 하게 하느냐, 그들에게서 무엇을 끌어내느냐에 달려있다.

곽숙철의 혁신이야기 Insight in Story에서 인용 함.